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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미국이 칩4에 사활을 건 진짜 이유

by 이장 아제 2023. 3. 2.

1. 칩 4 구상과 배경 

칩4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22년 3월 한국, 일본, 대만에 제안한 4개국간의 반도체 동맹이다. '칩'은 반도체를 '4'는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 등 협력국의 숫자를 의미한다. 미국식으로는 팹4(Fab4)로 부른다. 팹은 반도체 공장을 지칭하는 말로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집어넣는 가공작업을 하는 패브리케이션의 약자다.  미국이 칩4를 제안한 것은 반도체가 미국 미래 국가안보의 핵심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시작됐다. 쉽게 말해 미국 본토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핵심기술을 보유한 국가지만 코로나19로 공급망 대란이 벌어지자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지가 없어 자동차는 물론 방산업체까지 사실상 전 산업이 사실상 마비되는 충격을 받은 바 있다.

칩4, 반도체 동맹

2. 전략적 목표는 중국 견제 

 

미국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칩4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목적은 중국의 반도체굴기를 꺾어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전략적 의지가 반영돼 있다. 이는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과 한국, 대만, 일본, 그리고 중국의 위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은 세계최고의 반도체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과 대만은 최대 생산기지이다. 그리고 일본은 반도체 장비과 소재 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지만 반도체를 자급자족할 능력은  갖추지 못했고, 이를 위해 천문학적인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추격을 벌이고 있는 상황. 미국은 칩4를 결성해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고, 생산기지를 미국 본토에 만들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성한다면  미중간의 기술격차를 '영구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 2022년 말 미 상무부는 14nm이하 시스템 반도체,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 및 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그리고 반도체 보조금 지원에서 중국 등 우려국과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선스를 진행하면 지원금액을 전부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해 칩4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3.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한국은 미국 중심의 반도체 핵심기술이 없이는 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한 구조인 만큼 이를 거부할 상황은 아니지만 한국 반도체의 최대 시장이 중국이라는 점에서는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중국 수출비중은 시스템반도체 수출 32.5%, 메모리반도체 43.6%, 반도체장비  54.6%,  반도제소재 44.7%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의 3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고, SK 하이닉스의 D램은 중국 내 공장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에 기술투자가 불가능해진다면 삼성과 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무용지물이 된다. 한국입장에서 최대 수출 시장과 함께 대규모 생산시설도 잃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칩 4 동참을 거부할 수 도 없다. 미국이 반도체 설계 기술, 장비, EDA 툴 등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과 협력 없이는 첨단 반도체를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만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동참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힘들게 얻어낸 반도체 맹주를 대만과 일본에 다시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접점을 찾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이 칩 4에 정부가 강조한 안보동맹을 앞세우고 있는 점에서 균형의 추는 동참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결국 이 문제의 해법 찾기는 언제나 그랬듯 기업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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