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자와 손잡은 이유
월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 게임업체와 체결한 장기 계약소식에 떠들썩했다. MS가 게임사인 엠비디아와 10년간 장기계약을 체결한다는 소식.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업체이자 액스박스 게임을 보유한 MS가 게임업체와 장기 계약을 한다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월가가 주목한 것은 바로 계약 상대가 엔비디아였기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MS가 2022년 인수한 게임업체 블리자드의 최대 경쟁업체로 이번 계약은 적과의 동침이나 마찬가지였다. MS가 최대 경쟁자를 협력자로 받아들인 이유는 간단했다. 블리자드 인수를 마무리지 짓기 위해서였다. MS는 블리자드 인수 이후 전세계에 걸쳐 반독점 논란에 휩싸이자 최대 반대 세력이던 경쟁사와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또 하나의 경쟁자이자 최대 반발세력으로 남아있던 소니도 이 같은 움직임에 MS에 협력의사를 보내며 협력자로 돌아설 태세다. 전문가들은 이제 MS가 그려오던 궁극적인 꿈이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기 시작했다.
2. 블리자드에 현금 82조원을 쓴 이유
블리자드 인수는 규모와 방식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인수 규모는 약 687억 달러 우리 돈 82조 원에 달했고, 인수가격은 당일 주가의 45%나 높았으며 그마저도 인수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이자 월스트리트에서도 찾기 힘든 세기의 딜이었다.
블리자드는 텐센트, 소니에 이은 세계 3위의 게임업체이긴 하지만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그것도 현금으로 지불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이 시장에서 일었다. 하지만 인수 발표에서 나온 단 한 마디의 말에 시장은 고개를 끄덕고, '제국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MS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인수 이유에 대해 "게임은 현존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블리자드 인수 기자회견이 아닌 메타버스 기업으로 비전발표회였다.
3. 메타버스 제국으로 가는 길
MS의 목표는 세계최고의 메타버스 기업이다. 증강현실 기술이 전례없는 발전을 이루면서 가상 현실에서 실제 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이미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전 업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MS는 오피스 프로그램에 채팅·화상회의 등 협업 기능을 지원하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로 메타버스 시대를 이끌고 있다. 팀즈에서 가상 인물인 캐릭터가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가고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미 캐릭터가 완성돼 있고 환타지를 구현하고 있는 게임에 증강현실이 결합한다면? 인간이 컴퓨터나 스마트기기를 보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세계에서 인간이 들어가 직접 참여한다면?
이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사람들에게 더욱 풍부하고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목표를 이룬다면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2023년 초 메타버스팀에 대한 해고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서는 그 길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MS는 "투자 중단은 없다"며 일축했다. 이미 MS는 마크 저커버거가 설립한 '메타'와 손잡고 MS의 업무·협업 프로그램과 운영체제 등 기업용 솔루션을 쓸 수 있도록 협업에 들어갔다. 블리자드 인수가 완료되면 메타의 VR 생태계에 합류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82조원의 현금 베팅은 메타버스 제국으로 가는 그들의 야망을 감안한다면 큰 돈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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