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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SVB(실리콘밸리은행)의 성장과 파산의 결정적 이유

by 이장 아제 2023. 3. 13.

1. SVB는 어떤 회사?

SVB는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의 약자로 1983년 미국 대형은행인 벵크오브아메리카 출신의 빌 비커스태프와 로버트 메디얼리스, 로저 스미스 등 3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은행이다. 초기 자금 마련이 어려운 실리콘밸리 기업에 대출해 주기 위해 설립됐지만 초기 사업은 부동산 대출이 절반을 차지했다.  실리콘밸리에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캘리포니아주의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맞아 부동산 대출에서 상당한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1992년 미국 부동산경기가 침체기를 맞이하면서 220만 달러의 손실을 입자, 곧바로 부동산 대출비중을 줄이고 벤처 기업 대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SVB가 전환기를 맞이한 것은 이른바 닷컴버블이 시작되던 1995년이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IT관련 기업들에게 대출을 실행하는 대신 지분을 받는 방식의 비스니스모델로 고속성장기에 접어들었다. 그들 스스로 하이테크 스타트업회사를 지원하는 은행임을 분명히했고,  이 시기 SVB의 주요 고객 중 하나가 바로 시스코시스템스였다.  SVB는 본사를 산호세에서 산타클라라로 옮기며 미국 전역에 지점을 내며 상업은행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2. 어떻게 성장했나

SVB의 성장은 2002년 성공한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뱅킹 비즈니스에 진출했다.  성공한 벤처 사업가들과 관계를 맺고 방대한 네크워크를 형성하면서 테크론(기술 관련 대출)의 최대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은행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고도화된 IT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에 기술인력의 수급을 담당하고 있던 인도와 국방분야 스타트업의 천국 이스라엘, 그리고 중관춘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기술혁신을 이뤄가던 중국 등에 진출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인도의 뭄바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지점을 내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사업가들과 벤처캐피털을 연결시켜 주며 자금줄 역할을 맡았다. 
 2008년 미국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연방정부에 지분을 주고2억3,500만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는 했지만 3년 만에 모두 갚으면서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위기에서 벗어난 SVB는 곧바로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시장을 향했다. 2012년 상하이 푸동 개발은행 (SPDB)과 합작해  별도의 은행을 설립하여 현지 기술 스타트업에 대출을 제공했다. 특히 해외은행 중 몇 안 되는  위안화 운영 은행 자격을 가지면서 항저우에까지 진출하게 된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SVB는 미국 내 신생기업의 65%에 대출을 해주는 은행으로 성장하며 2016년에는 미국 시장 점유율  25.9%로 1위로 오르기도 했다.  특히 SVB는 2022년 말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었으며 실리콘밸리에서 예금이 가장 많은 은행이었다. 

3. SVB의 몰락의 이유

SVB가 갑자기 파산한 결정적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너무 많은 예금과 미국 국채 때문이었다.  너무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돈을 기업이나 개인 대출에 쓰지 못하고 미국 국채에 투자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는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 기업들의 독특한 자금 운용 시스템 때문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사업초기 자금조달이 어려울 경우 활발한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만 펀딩을 받은 후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면 그 돈을 은행에 예치해 놓는다. 현금 부자가 된 스타트업 기업들은 더 이상 대출이 필요 없어지고, 신규 투자는 자체 조달 자금으로도 충분한 상황이 된다.  반면 SVB 입장에서는 대출수요가 줄어들고, 예금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을 거둬야 하는데 예금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다른 투자가 필요한 처지가 됐다.  그리고 SVB는 넘치는 현금을 추가 대출보다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절반 이상을 투자해 예금이자를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시작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폭락하면서 SVB는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 이자 상승으로 역대급 이익을 거둔 다른 은행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오히려 예금금리가 올라 지급해야 할 이자가 늘어나는 반면 투자한 미국 국채 투자수익률은 떨어지면서 급격한 자금난에 빠지고 만다. 결국 2022년 12월말 현재 SVB는 150억 달러를 평가 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 3월 9일 국채 매각으로 18억 달러의 손실을 입자 주요 기업들이 한꺼번에 돈을 빼는  뱅크런이 시작됐고 불과 36시간 만에 파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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